작 품 명  :  解脫仙(해탈한 신선)

규     격  :  70*140

작품내용

한 점의 겨울 마음 송이송이 둥글어라.
그윽하고 담담하고 시리도록 빼어났네.
매화가 고상하나 뜰을 넘지 못하는데,
맑은 물에 참으로 해탈한 신선일세.

一點冬心朶朶圓 일점동심타타원
品於幽澹冷雋邊 품어유담냉준변
梅高猶未離庭砌 매고유미리정체
淸水眞看解脫仙 청수진간해탈선
<水仙花/추사 김정희>

추사는 벗 권돈인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. “마을마다 동네마다 한 치, 한 자쯤의 땅에도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. 꽃은 정월 그믐 이월 초에 피어서 삼월이 되면 산과 들, 밭두둑이 힌 구름이 질펀하게 깔린 듯, 白雪이 드넓게 쌓인 듯해집니다. 움막 속에서 초췌해가는 이 몸을 돌아보건대 어찌 언급할 처지이겠습니까만, 눈을 감으면 그만이거니와 눈을 뜨면 눈에 가득 밀려드니 어떻게 해야 눈을 차단하여 보이지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?
이 고장 사람들은 그런데 이것이 귀한 줄을 몰라서 소와 말에게 먹이고 발로 밟아버리기도 합니다. 또 보리밭에 많이 나는 까닭에 마을의 장정이나 아이들이 호미로 캐어버리고 하는데, 캐내도 다시 나곤 하기 때문에 마치 원수 보듯 합니다. 사물이 제자리를 얻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다.”
추사는 수선화가 제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고, 당하는 이런 모멸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곰씹어 보았음도 틀림없다. 발길에 채이는 수선화를 주어와 깨끗이 씻어 책상 사이에 고이 모시는 데서 그 마음이 아프게 읽힌다.